아프리카의 별 - 정미경

2013. 10. 13. 11:01


사람을 찾기 위해 서울에서 멀리 아프리카 사막으로 떠난 남자 승과 그의 딸 보라에 대한 이야기다. 승은 여행자들에게 사막 가이드를 해주며 사람 찾기를 계속하고, 열여섯 소녀 보라는 승이 사막으로 떠난 기간 동안 현지 소년 바바와 어울리며 관광객들을 상대로 헤나 타투를 한다. 아프리카에서도 먹고 살기 위한 삶과 새로운 인연은 계속 된다.

모래바람이 몰아치는 사막에서의 밤처럼 외롭고 고독한 글이다. 창과 문을 꼭꼭 닫아도 바람을 따라 틈으로 세어 들어오는 모래 알갱이처럼 우리의 운명도 결국엔 정해진 방향으로 향하는 것일까. 아프리카 사막에서 교차하는 인연들을 보며 운명에 대해 생각하게 됐다. 자신을 배신한 남녀를 찾아 사막을 헤매는 남자 승, 낯선 땅에 두 발을 딛고 서 있지만 감당할 수 없는 외로움에 흔들리는 소녀 보라, 돈 버는 생활에 찌들어 살지만 언제나 밝고 순수한 아프리카 소년 바바, 아름다운 것들에 눈이 먼 남자 로랑. 서로 다른 그들이 하나의 사건으로 이어지게 된 것도 운명이었을까. 그들은 그 뜨겁고 아름답고 잔혹한 사막 위에서 어떤 운명을 마주했을까. 쉼표처럼 끝나버린 마지막 덕분에 여러 생각을 하게 되는 소설이다.

모든 아름다운 것들엔 독이 있다. 그 독이 녹아든 소설이었다.


"사람의 운명이란 원래 어두운 거란다. 아주 가끔 환한 빛을 발하는 때도 있지만 그건 한순간이야. 애초에 운명의 주관자가 그렇게 만들어놓았으니. 우리 짐작과 달리 신은 질투심으로 가득 차 있거든. 우리가 자족적인 행복에 젖어 있기보다는 끊임없이 자기를 찾고 매달리길 원하지. 한줌의 자비를 달라고, 이 고통만은 비켜가게 해달라고 울며 보채길 바라지." - P.6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