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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 5. 20. 21:58

일주일의 체감 속도는 '워어어어어얼화아아아수우우모옥금퇼'이라더니 금퇼은 빨리도 지나갔다. 연속으로 삼 일을 놀았더니 출근할 때 정신을 집에 두고 왔던 모양이다. 출근길에 전철에서 음악 들으며 책 읽다가 내려야 할 역을 지나쳤음을 알았을 때의 황당함이란. 대학 때도 통학버스 타고 음악 들으며 책 읽다가 동서울까지 간 적이 한 번 있었는데 그때 이후로 처음이다. 다행히 한 정거장만 지나쳤고 반대편으로 가는 전철이 바로 와서 많이 늦거나 하진 않았다. 우리나라 전철은 개찰구로 안 나가도 반대편 플랫폼으로 갈 수 있게 되어 있어서 잘못 탔을 때 갈아타기가 편하다. 읽고 있던 책은 세계 여러 도서관을 소개하는 내용이었는데 흥미롭긴 했다. 사무실에 와 보니 건물 공사 때문에 종일 화장실 사용 금지. 오늘은 되는 일이 없는 정말 이상한 날이었어.

몇 년 만에 하루키 소설에 다시 도전했는데 무참히 실패했다. 이 백 페이지 남짓한 단편소설 모음집이라 괜찮겠지라고 생각했는데 전혀 괜찮지 않았다. 검은 것은 글씨요, 흰 것은 종이라. 읽기는 다 읽었는데 도대체 무슨 이야기를 하고 싶은 건지, 어떤 내용을 전하고 싶었던 건지 전혀 파악이 안 된다. 이건 재미를 따지기 그 이전의 문제다. '상실과 소멸'에 대한 단편이라던데 난 정말 모르겠다. 내가 멍청한 건지도 모르지. 그냥 하루키는 수필만 읽자. 소설 읽다가 내가 죽을지도 몰라. 독후감이 또 밀리고 있다. 읽으면 바로바로 쓰는 습관을 들입시다.

종종 점심으로 소머리 국밥을 먹으러 가는데 이 소머리 국밥이라는 것이 도대체가 맛을 알 수가 없다. 니 맛도 내 맛도 아닌 맛이다. 불행히도 같이 나오는 깍두기, 배추김치도 맛이 없다. 오늘 오랜만에 또 그 소머리 국밥을 먹으러 갔는데 여전히 정체불명의 맛이었지만 난 음식 투정은 안 하는 타입이라 대충 구겨 넣었는데, 다 먹고 나오니 같이 먹으러 간 이사님이 하시는 말이 내 뒤쪽으로 앉은 젊은 여성분이 (일행은 당연히 아저씨들) 정~말 먹기 싫다는 듯이 계속 국물만 뒤적뒤적 거리면서 표정이 안 좋았다고 그 모습이 옆에 아저씨들이랑 대조돼서 재밌었다고 하신다. 난 그 여성분 마음을 충분히 이해한다. 아예 맛이 이상하면 안 먹기라도 하지 이건 그냥 무(無)의 상태이니 난감하다. 그 무에 유를 창조할 부재료 또한 부실하니 더 난감하다. 그럼에도 항상 아저씨들로 넘쳐나는 소머리 국밥집. 소머리 국밥도 아저씨들도 미스터리다.

건강에 좀 더 신경을 써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우선 아침에 먹을 무첨가 두유와 국산 곡물가루를 시켜놨고, 저녁을 좀 줄이고, 사둔 영양제도 제대로 챙겨 먹고 해야겠다. 무엇보다 운동을 해야 하는데 게을러터져서 생각만 하고 행동으로 옮겨지질 않는다. 누가 목에 줄이라도 채워서 매일 운동 좀 데리고 나가줬으면 좋겠다. 뭔가 동기부여가 필요해. 일 년에 반 이상을 달고 사는 구내염 좀 해결됐으면 좋으련만 원인불명이니 답답스럽다.

야후에서 텀블러를 인수한다고 하던데 바뀌는 건 없는 거겠지. 이곳이 메인이긴 하지만 텀블러는 좀 더 가볍게 글을 남길 수 있어서 좋아한다. SNS가 됐든 블로그가 됐든 타인에게 보여지는 공간은 아무리 개인적인 용도일지라도 100% 개인적일 순 없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어느 정도 적당히 필터로 걸러낸 뒤에 글을 올리는데 이곳에 올리는 글들이 열 번의 필터를 걸친 결과물이라면 텀블러는 세 번쯤? 그만큼 편하고 더 개인적이다. 양덕들의 정성 어린 사진을 보는 재미도 쏠쏠하고. 외국 연예인 팬질하기엔 텀블러만 한 곳이 없다. SNS 하니까 생각났는데 도대체 페이스북은 어떤 원리로 친구 추천을 하는 걸까. 페이스북에 가입하면 그 가입한 사람 메일 계정에 있는 모든 사람에게 메일이 가는 걸까? 전혀 모르는 사람도 자주 오던데 짜증 난다. 페이스북은 절대 하지 말아야지. 시스템이 뭔가 무섭다.

여전히 매즈 미켈슨에게 빠져 허우적거리고 있다. 매즈님의 넓은 어깨와 등을 볼 때마다 감탄에 감탄하고 있다. 모든 남자가 저런 어깨와 등을 가지고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이 아저씨 필모를 파다가 알게 된 사실 하나. 영화 속에서 엄청나게 바람을 피운다. 여자와 결혼을 하고 아이까지 낳았는데 갑자기 남자와 키스를 하네? 아... 게이였나? 남자친구한테 청혼하기에 게이 커플이구나 했는데 다른 여자와 키스를 하네? 아... 바이였구나. 옆집 여자와도 바람, 환자 보호자와도 바람, 끝없는 바람바람바람. 불륜은 만국 공통으로 잘 팔리는 소재인가보다. 그리고 매즈님을 빼고는 나오는 배우들이 다 별로다. 모두 키만 크다. 매즈님은 덴마크의 기적이었던 건가. 그나저나 한니발은 아직도 캔슬 여부가 확정이 안 됐으니 불안 불안하다. 처음부터 HBO 같은 케이블에서 방송했었어야 했거늘. 지금은 모든 게 어정쩡하다. 캔슬만은 아니 되오 ㅠ.ㅠ

왕좌의 게임, 왕좌의 게임 하도 여기저기 난리기에 궁금해서 받아놨다. 이것도 HBO였구나. 영상은 자극적이겠군. 트루블러드는 다음 달에 시즌6 하던데 아직도 안 끝났다니 대단하다. 난 시즌2 에선가 때려쳤는데. 뱀파이어 주제에 늙어빠진 빌과 요정 주제에 깜찍함이라곤 눈곱만치도 없는 수키가 도저히 용서가 안 되더라. 에릭만으론 용서가 안 돼! HBO에서 남북전쟁 150주년 기념해서 만든 드라마 올해 방송 예정이라던데 거기에 우리 길반장님이랑 데미안 루이스까지 나오더군. 챙겨봐야지. 한드와 일드를 거의 안 보니까 그동안 끊었던 미드와 영드로 슬금슬금 손을 뻗치게 된다. 미드는 무한대로 늘어지는 시즌만 없으면 정말 좋을 텐데. 영드는 너무 짧고, 미드는 너무 길다. 내 수다도 한없이 늘어지기 전에 이만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