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제목처럼 '인권'이란 단어는 어딘지 모르게 불편하다. 저자는 영화와 드라마를 통해 인권을 이야기함으로써 어렵고 불편한 인권이란 소재에 일반인들도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책에서 다루고 있는 인권을 목차대로 나열하자면 청소년, 성소수자, 여성, 장애인, 노동자, 종교와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 검열, 인종차별, 제노싸이드까지 다양한 분야의 인권을 다양한 영상물을 통해 풀어가고 있다.

대부분의 사람은 영화 <300>을 보고 근육질 남성들이 두 시간 동안 계속 사람만 죽이는 영화라고 생각하지만, 저자는 그 안에서 인종주의와 여성과 장애인 차별을 발견한다. 분명 보는 대상은 같지만, 대상을 바라보는 관점이 다르다. 단순히 어떤 대상이나 현상을 겉모습만 보고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 그 속에 숨겨진 진짜 실체를 발견하는 눈을 갖는 일이 제대로 된 인권의식의 시작점이 아닐까 싶다. 하지만 일반인이 그런 의식을 갖기란 어려운 일이니 적어도 나와 다름을 차별하지 않고 동등하게 인정하는 자세를 가져야겠다.

책 읽으면서 가장 뜨끔했던 부분이 '인종차별'이었는데, 생각해보니 우리나라는 백인에게는 호의적이지만 동남아인이나 중국인들에겐 엄청난 차별을 행사한다. 한국사람들이 기피하는 3D 업종에서 낮은 임금을 받으며 일하러 온 그들을 우리는 대부분 하찮게 여기고 무시한다. 나 또한 무의식적으로 그들을 피하고 무시해왔다는 걸 책을 읽으면서 새삼 깨닫게 됐다. 대한민국이 인종차별이 심한 나라라는 사실을 인정하는 것을 시작으로 조금씩 고쳐나가야 할 부분이다.

영화로 재미있게 풀어냈다고 해도 내겐 쉽지 않은 책이었지만, 평소 전혀 생각해보지 않은 '인권'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는 계기가 되어준 유익한 책이었다. 내용과는 상관없지만, 책이 너무 무거워서 가지고 다니며 읽기엔 좀 불편했다.


사람은 돈만 들어가면 일하는 기계가 아닙니다. 비정규직으로 자리를 불안정하게 만들면 사람들이 더 열심히 일할 거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하나는 알고 둘은 모르는 사람들입니다. 사람은 영혼이 있는 존재입니다. 불안정성이 외형적인 생산성을 높일지는 몰라도, 불안한 영혼들이 만들어내는 상품에는 혼이 빠져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혼이 빠진 상품이 고객에게 감동을 줄 리도 없습니다. 사람에게는 경제 논리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신비만 면이 너무 많습니다. 그걸 읽어 내지 못하는 사람들이 국가와 기업을 운영하고 있기 때문에 오로지 경제논리에 기반한 정책만 양산하는 것입니다. 그들의 주장대로라면 우리는 날로 행복해져야 하는데, 이상하게도 삶의 질은 갈수록 떨어지고 양극화만 심화됩니다. - P.18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