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읽기 전 인터넷에서 봤던 저자 인터뷰 중에 책 제목은 '어떻게 살 것인가' 인데 내용은 '어떻게 죽을 것인가'에 가깝다는 질문이 있었는데 나 또한 책을 읽으면서 그렇게 느꼈다. 삶과 죽음은 동전의 양면처럼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이기에 더 그렇게 느껴졌는지도 모른다. 정치인이 아닌 글 쓰는 사람으로서의 유시민은 전보다 자유롭고 편안하고 행복해 보였다. 책에 쓰여있던 내용처럼 자신의 신념 안에서 좋아하고 잘하는 일을 하며 좋은 사람들과 연대를 이루는 삶을 살고 있기에 그가 행복해 보이는 걸 거다.

그는 책에서 놀고, 일하고, 사랑하고, 연대하라고 말하고 있다. 지나간 내 삶을 뒤돌아 봤을 때 나는 제대로 놀지도, 일하지도, 사랑하지도, 연대하지도 않았다. 놀 때는 항상 내가 지금 이렇게 놀아도 되는 건가 하는 죄책감이 따라다녔고, 좋아하지도 잘 하지도 않는 일을 해야 하니 일은 즐겁지 않았고, 타인을 밀어내느라 바빠서 진심으로 사랑하지도 연대하지도 않았다. 그렇게 살게 된 원인은 스스로 알고 있지만, 그것을 떨쳐내기가 어려웠다. 하지만 최근 몇 년 사이 사고가 많이 유연해진 느낌이 든다. '자신의 행복을 추구하되, 타인의 불행을 배려하라.'는 저자의 말처럼 내가 중심이 되는 삶을 살되, 타인을 배려하는 마음을 잊지 않고 사는 삶. 그런 삶에 아주 살짝, 발가락 하나쯤 걸치고 있지 싶다.

삶과 죽음에 대해 생각이 많아지는 책이기도 했지만, 지난 대선 결과로 상처받은 마음에 위로가 되어준 책이기도 했다. 역사를 보면 진보주의는 패배를 거듭한 끝에 가끔씩만 승리하며 승리 후에는 흔히 보수의 반동이 찾아든다고 한다. 우리는 두 번의 승리를 했고 그 반동으로 두 번의 실패가 찾아왔다. 앞으로 얼마나 실패가 거듭될지 모르지만 확실한 건 세상은 느리지만 분명 진보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니 이제 저자의 말대로 '멘붕'에서 벗어나야 하지 않을까. 물론 나는 속 좁은 인간인지라 저자의 고언을 읽어도 앞으로 한동안 정치 쪽으론 관심을 두고 싶지 않은 게 솔직한 심정이다.

'정치인 유시민'이 아닌 '지식소매상 유시민' 으로서의 앞으로의 행보가 기대된다. 좋은 글로 자주 만났으면 하는 바람이다.


언젠가는 죽어야 하고 잊혀질 수밖에 없는 것이 숙명이라면, 우리가 해야 할 것은 오직 하나이다. 살아 있는 동안, 지금 바로 여기에서, 나를 '나'로 인식하는 철학적 자아가 삶의 기쁨을 누리는 것이다. '나는 왜 자살하지 않는가? 무엇을 할 때 살아 있음을 황홀하게 느끼는가? 지금 하고 있는 이 일이 내가 진정 하고 싶은 것인가? 내 삶은 나에게 충분한 의미가 있는가?' 스스로 이렇게 물어야 한다. 이 질문에 대답할 수 없다면 인생의 의미도 삶의 존엄도 없는 것이다. - p.1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