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 호텔 - 김희진

2013. 3. 23. 13:23



여주인공인 '고요다'는 <뒤꿈치>라는 소설로 단번에 베스트셀러에 오른 그야말로 잘 나가는 신인 작가다. 보통 자신의 책이 베스트셀러에 오르면 여기저기 인터뷰도 하고 얼굴을 알리기 마련 이것만 고요다는 매체와 접촉을 하지 않는 것도 모자라 첫 소설 <뒤꿈치>가 마지막 소설이라고 절필까지 선언해버렸다. 이런 작가에게 세간의 관심이 몰리는 건 당연지사. 인 스토리의 기자 '강인한'이 작가 고요다를 인터뷰하기 위해 무작정 그녀의 성으로 찾아가게 된다. 그녀의 아버지가 지었다는 그녀의 집은 겉모습은 성과 닮아있고 방은 11개가 있어서 마치 호텔같기도 하다. 부모님이 돌아가시고 나서 한때, 생활비를 벌기 위해 숙박 손님을 받기도 했었지만, 그것도 옛이야기가 되었고 지금은 그녀와 수많은 고양이가 함께 살고 있다. 엿 같은 상사의 명령에 따라 사전 정보도 연락도 없이 고요다 작가를 인터뷰하기 위해 찾아온 강인한 기자는 아픈 몸을 무기로 내세워 그녀의 집 안으로 들어가는 데까지는 성공한다. 하지만 문제는 그가 그 집 안에 발을 들여놓는 순간부터 시작된다. 소설을 다 읽은 지금 되돌아보면 강인한 기자는 아주 성공적인 인터뷰어였다. 그 자신도 그렇게 생각할지는 알 수 없지만 말이다. 강인한 기자의 목숨을 걸고 감행한 고요다 작가 인터뷰가 궁금하다면 고양이 호텔로 가시라. 대신 멀쩡하게 다시 호텔 밖으로 나올 수 있다는 보장은 할 수 없다. 그래도 괜찮다면 비밀 가득한 고양이 호텔로 어서 오세요!


엄마 방에서 나는 책 냄새는 내가 가장 좋아하는 냄새다. 시간이 흐를수록 저 책들이 뿜어내는 냄새는 점점 진해지고 있었다. 먼지 냄새와는 다른 냄새, 그것은 눅눅한 듯 눅눅하지 않은 이상야릇한 냄새였다. 좋은 냄새가 아님에도 그 냄새가 싫지 않다는 게 나는 더 이상했다. 그게 바로 책에서 나는 냄새라는 걸 알았을 땐 뭔지 모를 편안함마저 느껴졌다. 그렇게 책 냄새를 알게 된 날, 나는 엄마 방을 내 방으로 정해 버렸다. 그러고는 예전에도 몇 번 들락거린 방인데 그때는 왜 이런 냄새를 인지하지 못했던 것인지에 대해 곰곰이 생각했다. 그때 내가 내린 해답은 후각도 성장을 한다는 것이었다. 예전에 몰랐던 냄새에 매료되는 건, 사람이 자라면서 오감도 같이 자라기 때문이다. 입맛이 변하는 것도, 좋아하는 색이 달라지는 것도 모두 그 때문이다. 그게 바로, 인간이 세상에 진력내지 않고 계속 살아가게 되는 이유였다. - p.7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