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은 도끼다 - 박웅현

2013. 3. 3. 21:01



광고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인 박웅현이 자신의 독법 강의를 한데 묶어 출판한 책이다. 평소 수박 겉핥기 식으로 책을 읽는 나는 느껴지는 것이 많은 책이었다. 저마다 독법은 다르기 마련이고 그 방법에 정답은 없지만 무조건 내 방식만 고수할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의 독법에 장점이 있다면 그 장점을 받아들여 책을 읽어 보는 것도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다. 저자는 한 권의 책을 처음부터 끝까지 천천히 문장 하나하나 곱씹고 또 곱씹어 읽는다. 읽다가 마음에 들어오는 문장엔 줄을 치고 다 읽고 나면 따로 정리해둔다. 이 방법을 책을 한 번, 두 번, 세 번 다시 읽을 때마다 반복하고 그때마다 꼭꼭 눌러 읽은 문장은 점점 늘어난다. 나와는 참 다른 독법이다. 나는 문장 하나하나가 아닌 책 전체를 하나의 흐름으로 보고 읽고 문장을 따로 정리해두거나 한 번 읽은 책을 다시 읽는 경우는 거의 없다. 흥미 위주의 소설을 주로 읽는 것도 그렇고 깊이 있는 독서와는 거리가 멀다. 책 본문에 여러 가지 책이 소개되는데 이미 읽은 책도 있고 사두고서 아직 못 읽는 책도 있었는데 모두 다 다시 읽고 싶어졌다.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이나 <안나 카레니나>는 저자의 설명을 읽으면서도 이게 무슨 소린지 어렵게만 들렸는데 그러기에 도전해 보고 싶은 마음이 든다. 빌린 책이니 따로 적어뒀다가 하나씩 읽어보려 한다. 저자의 독법을 통해 다르게 책을 읽는 방법을 배울 수 있어서 그것 하나만으로도 읽을 가치가 있는 책이었다.


우리가 읽는 책이 우리 머리를 주먹으로 한 대 쳐서 우리를 잠에서 깨우지 않는다면, 도대체 왜 우리가 그 책을 읽는 거지? 책이란 무릇, 우리 안에 있는 꽁꽁 얼어버린 바다를 깨뜨려버리는 도끼가 아니면 안 되는 거야.
-  카프카『변신』

하루 종일 봄을 찾아다녔으나 보지 못했네
짚신이 닳도록 먼 산 구름 덮인 곳까지 헤맸네
지쳐 돌아오니 창 앞 매화향기 미소가 가득
봄은 이미 그 가지에 매달려 있었네
- 작자 미상

다른 영역에서와는 달리, 사랑에서는 상대에게 아무 의도도 없고, 바라는 것도 없는 사람이 강자다.
- 알랭드 보통『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

행불행은 조건이 아니다, 선택이다.
행복은 추구의 대상이 아니라 발견의 대상이다.

저녁을 바라볼 때는 마치 하루가 거기서 죽어가듯이 바라보라. 그리고 아침을 바라볼 때는 마치 만물이 거기서 태어나듯이 바라보라. 그대의 눈에 비치는 것이 순간마다 새롭기를. 현자란 모든 것에 경탄하는 자이다.
-앙드레 지드『지상의 양식』

일체의 노동이란 노예 생활로 여기는 존재들…
- 장 그르니에가 표현한 고양이

메타포란 위험한 어떤 것임을 몰랐다. 메타포를 가지고 희롱을 하면 안된다.
사랑은 메타포가 하나만 있어도 생겨날 수 있다.

- 밀란 쿤테라『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인간의 목표는 풍부하게 소유하는 것이 아니고 풍성하게 존재하는 것이다.
- 법정『살아 있는 것은 다 행복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