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주로 오세요 - 구병모

2013. 2. 15. 22:47



<위저드 베이커리>를 읽은 이후로 좋아하는 작가 리스트에 추가된 구병모 작가. 청소년 소설은 특유의 감성이 마음에 든다. 이 책은 꽤 오래전에 써놨던 거라고 하던데 확실히 최근에 읽은 작가의 글과는 조금 다른 느낌이 든다. 실망스럽다는 독자도 많던데 나는 괜찮게 봤다. 열 손가락 깨물어서 안 아픈 손가락은 없지만 조금 더 아픈 손가락은 있기 마련이고 작가에겐 이 글이 내내 그 아픈 손가락이었던 모양이다. 책으로 만들어졌으니 이제 좀 덜 아프려나.

예고 없이 하늘에서 떨어진 운석 때문에 도시는 마비 상태에 이른다. 도시를 포기할 수 없었던 사람들은 그 자리에 높이 1.2킬로미터, 넓이 39.5제곱킬로미터에 이르는 새로운 도시를 만든다. 새로 만들어진 도시의 이름은 '방주'. (방주시는 강남과 그 크기가 같다고 한다.) 하지만 방주시는 선택받은 사람들을 위해 건설된 도시였다. 그 방주시 고등학교에 지상 중학교 출신인 이란성 쌍둥이 남매 마노와 루비가 입학하게 된다. 5분 차이로 태어난 남매는 루비가 누나 마노가 동생이다. 방주시 창립 기념일에 가족과 함께 참석했던 마노는 우연히 한 여학생을 만나게 되는데 그 여학생을 다시 만나기 위해 방주 고등학교에 입학하기로 마음을 먹는다. 누나 루비는 동생도 가는데 나라고 못 가겠느냐는 마음으로 함께 공부해서 나란히 입학에 성공한다. 방주시로 올라간 지상의 아이들은 아주 빠르게 자신들은 진정한 방주 시민이 될 수 없음을 깨닫는다.

90%의 방주 아이들을 위해 존재하는 10%의 지상 아이들과 10%의 그들을 위해 존재하는 90%의 우리. 이 이야기는 미래가 아닌 현재의 가정법이라고 작가가 덧붙였듯이 방주와 지상의 아이들은 현재 우리의 모습을 그대로 비추는 거울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