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추석 때 마트 서적 코너에서 일행을 기다리면서 잠깐 앞부분만 읽었던 책이었는데 앞부분은 확실히 별로였다. 그래도 보기 시작한 책은 끝까지 봐야 하는 성격이라 국민도서관 책꽂이에서 빌려 읽기로 결정. 이 소설은 초반이 상당히 심심하고 지루하기까지 해서 그 초반을 잘 넘기는 게 관건이지 싶다. 나는 독일어 이름이 외워지질 않아서 더 집중이 안 됐다. 어쩜 이름이 하나같이 길고 복잡한지 외워지질 않아요. 그래도 초반만 잘 넘기면 점점 흥미로워져서 술술 읽힌다.

이야기의 중심에 있는 인물은 '토비아스 자토리우스' 그는 같은 마을에 살던 두 명의 여자를 살해한 혐의로 수감 되었다가 10년 만에 출소한 뒤 다시 10년 전에 살던 마을 알테하인으로 돌아온다. 마을은 그대로였지만 토비아스의 부모님과 집은 많이 달라져 있었다. 살인자 아들을 둔 부모에게 마을 사람들이 어떻게 대했을지는 굳이 보지 않아도 상상이 되지만 알테하인 사람들은 그 뒤에 무언가를 숨기고 있는 듯한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 토비아스가 마을에 돌아온 후로 10년 동안 발견되지 않았던 시체가 발견되고, 알테하인에 다시 범죄가 일어나면서 그는 다시 한 번 궁지에 몰리게 된다. 토비아스는 진범인 것인가, 마을 사람들은 무엇을 숨기고 있는가, 누가 선하고 누가 악한 것인가 등등 끊임없이 누군가를 의심하게 되는 소설이었다. 인간의 온갖 추악함을 여과 없이 보여주는 마을 사람들. 눈 감으면 코 베어 가는 마을이 아니라 눈 떠도 코 베어 가는 마을 알테하인은 정말 무서운 곳이다.

이야기의 무대는 한정적인 데에 비해 등장인물이 많고 인물 각자의 이야기가 꽤 자세히 나오기 때문에 이야기가 전체적으로 어수선한 느낌이 많이 들었다. 없어도 될 잔가지가 여기저기 뻗쳐 있어서 정작 가장 중요한 줄기가 크고 단단하게 자라지 못한 나무와 비슷하달까. 쓸모없는 잔가지를 조금만 더 쳐냈다면 훨씬 더 좋은 작품이 됐을 텐데 아쉽다. 추리 소설로는 많이 부족하다 느꼈고 그럭저럭 읽을 만은 했지만 같은 작가의 책을 다시 찾아 읽을 일은 없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