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딴섬 낙인도에 위치한 로젠탈 스쿨은 정부의 지원 보조를 일절 받지 않는 폐쇄적인 학교로서 세간에 알려진 건 뜬 소문뿐이다. 로젠탈 스쿨이 일반 학교와 다른 점은 전교생이 불리한 환경에서 태어났거나 성장했다는 것이다. 범죄자 자녀들과 고아들이 학생의 대부분이며 이들을 모아 놓고 체계적인 교육과 훈련으로 자신감과 자존감을 향상시켜 부모와 같은 길로 이탈하지 않게 도우며 올바른 도덕관념을 장착시키고 이 사회에서 한몫할 수 있는 일꾼으로 키운다는게 로젠탈 스쿨의 일차 목표다. 이 목표만 놓고 보자면 굉장히 신념 있는 학교로 비치는 로젠탈 스쿨을 취재하기 위해 프리랜서 피디 마와 카메라 감독 곽이 낙인도로 향한다. 하지만 그들이 섬에 머물면서 마주하게 되는 로젠탈 스쿨의 진실은 그네들이 내세우는 교육 목표와는 거리가 먼 것이었다. 

이 소설을 읽으면서 내내 <도가니>가 떠올랐다. 물론 두 소설 사이엔 크나큰 차이가 있지만, 폐쇄적인 공간에서 강자가 약자를 일방적으로 지배하고 통제하며 그 불합리함이 우여곡절 끝에 사회에 폭로된 후에도 크게 달라지는 건 없다는 사실만은 같았다. 진실한 자신의 모습은 억누르고 누군가의 기대에 맞춰 행동하도록 강요받는 아이들. 억압과 강요로 해결되는 일은 하나도 없다는 걸 많은 사람들은 잊고 산다. 아이들은 어른들의 소유물이 아니라 마땅히 존중받아야 할 존엄한 인격체라는 사실을 잊고 사는 어른들도 많다. 씁쓸한 뒷맛이 남는 소설이었지만 잘 읽히고 재미있었다.

구병모 작가와 김려령 작가에게 꽂혀서 청소년 소설을 꽤 읽고 있는데 특유의 풋풋한 감성이 마음에 든다. 내가 청소년이었을 때 이런 글들을 읽을 수 있었다면 정말 좋았을 텐데 라는 생각도 들고 말이지. 흔히 청소년 권장도서라 불리며 필독서로 추천하는 고리타분한 고전보다 잘 쓴 현대 청소년 소설이 더 나은 경우도 많은 것 같다. 그건 그렇고 왜 이리 글쓰기가 어려운지 모르겠다. 나에겐 독서의 양과 작문의 질은 전혀 상관관계가 없는 것 같다. 하고 싶은 것과 할 수 있는 것 사이의 좁혀지지 않는 틈은 오늘도 나를 슬프게 하는구나. 아아~ 냉정한 현실이여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