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아한 거짓말 - 김려령

2012. 9. 12. 21:51



<완득이>로 유명해진 김려령 작가의 또 다른 장편소설. 지난 6월 서울국제도서전에 갔다가 창비 출판사 부스에서 별 기대 없이 샀던 책인데 읽어보니 기대 이상이었다. 청소년 자살, 우울증, 집단 따돌림 등 무거운 소재를 다루고 있음에도 무겁지 않게 풀어냄이 좋았고 넘치지 않고 절제된 감정 표현이 좋았다. <완득이> 때도 술술 읽히면서도 재치 있는 문체가 마음에 들었었는데 이번 소설은 전체적인 분위기까지 내 취향이라서 김려령 작가가 더 좋아졌다.

"내일을 준비하던 천지가, 오늘 죽었다."

의미심장한 문장으로 시작된 소설은 천지의 죽음의 원인을 추적하기 시작한다. 이제 겨우 열네 살이었던 천지는 왜 스스로 목숨을 버렸을까. 하나씩 밝혀지는 그 '왜'의 진실이 특별한 것이 아니었기에 더 마음이 무거웠다. '나'를 지키기 위한 거짓말이 타인에겐 돌이킬 수 없는 상처로 남을 수 있다는 걸 많은 이들은 잊고 산다. 내가 싫은 건 남도 싫은 건데 이 단순한 사실을 잊고 사는 사람이 너무나 많다. 그들로 인해 상처받고 천지처럼 삶을 포기 하는 사람도 너무나 많다. 생활고나 직장 스트레스 때문에 자살하는 성인들도 안타깝지만, 아직 어린 학생들이 원만하지 않은 교우관계나 성적과 입시 스트레스 때문에 자살하는 건 더 안타깝다. 이제 겨우 인생의 출발점에 서 있는 그들에게 필요한 건 부모의 사랑과 학교의 보살핌, 친구들의 다정함이었을 텐데, 부담감과 방관, 괴롭힘으로 인해 그들은 벼랑 끝에 몰려 삶의 끈을 놓아버린다. 청소년들이 상처받지 않고 몸과 마음 모두 건강하게 사회로 나가기 위해선 어른들이 많이 바뀌어야 할 것이다. 사회 전체 분위기가 바뀌고 가정이 바뀌고 학교가 바뀌어야 할 텐데 쉽게 바뀌지 않을 테고... 이 나라에 천지 같은 아이가 얼마나 더 생길지 모를 일이다. 타인에게 내뱉는 우아한 거짓말이 언젠가 나에게 되돌아올 수도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고 살아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