덴도 아라타는 가족 내부의 상처를 다루기로 유명한 작가인데 이번에 북스피어에서 <가족사냥>이 개정판으로 나왔다. 개정판이지만 분량이 거의 두 배는 늘어나서 다시 쓴 거나 다름없다고 한다. 몇 달 전 북스피어 <안주> 독자 펀드에 일정 구좌 이상 참여한 독자들은 올해 5월~12월 북스피어에서 출간되는 신간을 모두 받아 볼 수 있는 엄청난 혜택이 있었는데 이 책도 출간 되자마자 받아 볼 수 있어서 좋았다. 북스피어 최고! 작가의 이름을 처음 알게 해 준 <영원의 아이>도 꽤 충격적인 내용이라고 생각했었는데 가족의 붕괴를 심도 있게 다룬 이 소설은 그보다 더 충격이었다.

가장 가깝지만 가장 멀고, 가장 마음 편한 휴식처 일 수도 있지만 아주 쉽게 그 반대가 될 수도 있는 이름 '가족'. 가까운 관계일수록 서로에 대한 배려심이나 이해심이 필요한 법인데 가깝다는 이유로 더 쉽게 상처를 주는 것이 가족이다. 가족은 기본적으로 타인과 타인이 만나 결혼이란 제도를 거쳐 만들어진다. 몇십 년을 얼굴도 모르고 살던 타인이 평생 함께할 것을 전제로 가족을 만든다는 것 자체가 많은 위험성을 안고 있다고 본다. 특히, 우리나라처럼 결혼이 집안과 집안의 결합이 되어버리면 갈등의 골은 더 깊어지고 가족은 더 쉽게 해체될 수밖에 없다. 가족 해체의 원인은 무수히 존재한다. 부모의 잘못일 수도 있고, 아이의 잘못일 수도 있다. 가족의 잘못이 아닐 수도 있다. 가족의 힘으로 해결될 수 있는 문제도 있지만 그렇지 못한 경우라면 차라리 하루빨리 해체되는 편이 서로에게 가장 최소한의 상처를 남기는 제일 나은 방법일 것이다. 쌓여가는 문제를 무시하고 참고 넘어가기엔 가족이 함께할 시간은 너무나 길다. 언젠간 한계가 오기 마련이다. 한계점에 다다라 최악의 결과를 낳기보단 그전에 어떤 식으로든 해결하는 것이 현명하지 않을까. 만약, 가족들이 가정 내 문제를 해결하려는 의지가 없거나 도저히 해결 방법이 없는 경우엔 그냥 가족을 버리고 떠나라고 말하고 싶다. 그것만이 살 길이다. 누구나 만들 수 있는 가족이지만 누구나 지켜낼 수는 없는 가족. 어떤 가족을 만나느냐 이것이야말로 인생 최대의 복불복인 것 같다. 평범한 가족의 평범한 구성원 중의 한 명이라면 당신은 엄청난 행운아임이 틀림없다.

이 소설에 나오는 것처럼 극단적인 경우는 아니었지만 나 또한 어린 시절부터 가족 때문에 고통받아 온 사람이라 그런지 단순히 꾸며진 이야기로 치부하고 넘길 수 없는 소설이었다. 문제의 반쪽만 해결되고 반쪽은 아직도 휴화산처럼 존재하고 있지만 요 몇 년간은 그래도 마음이 편하다. 그저 가벼운 조약돌일 뿐이었는데 시간이 지나감에 따라 점점 크기와 무게를 더 해 나중엔 묵직한 돌덩이가 되어 가슴 밑바닥에 가라앉는 <가족사냥>은 그런 소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