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혜옹주 - 권비영

2012. 7. 24. 21:36



고종 황제의 막내딸이자 조선 최후의 황족이었던 덕혜옹주의 일생을 담은 소설. 부끄러운 일이지만 이 책을 읽기 전까지 덕혜옹주에 대해선 전혀 모르고 있었다. 예전 국사 시간에 배웠으나 잊었을지도 모를 일이고…. 조선 왕조의 마지막 핏줄로 태어난 덕혜옹주의 삶은 처음부터 끝까지 비극이었다. 조선의 왕족이었으나 일본말을 배우고, 일본식 교육을 받고, 일본 옷을 입어야 했으며 힘없는 나라의 왕이었던 아버지의 비참한 최후를 지켜봐야만 했다. 일본으로 끌려간 그녀를 기다리고 있었던 건 더욱더 큰 비극과 외로움이었다. 일본에 의해 모든 것을 짓밟힌 조국과 덕혜옹주. 알맹이는 일본에 모두 빼앗기고 손대면 부서질 듯 껍데기밖에 남지 않은 조국과 덕혜옹주. 그녀의 조국과 그녀 자신의 삶이 너무나 닮아 있어 더 마음이 아픈 소설이었다. 이 소설 영화로 만들어진다고 하던데 제대로 잘 만들어서 많은 사람이 봤으면 좋겠다.

일본의 만행은 알면 알수록 소름 끼친다. 단순히 힘으로 지배한 것이 아니라 그 나라의 역사와 문화를 철저히 짓밟아 버리고 제대로 잘못을 뉘우치지도 않는 그네들의 태도는 도저히 용서가 안 된다. 일제 마지막 총독 아베는 조선을 떠나며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우리는 패했지만, 조선은 승리한 것이 아니다. 내 장담하건대, 조선국민이 제정신을 차려 찬란하고 위대했던 옛 조선의 영광을 되찾으려면 100년이라는 세월이 훨씬 더 걸릴 것이다. 우리 일본은 조선국민에게 총과 대포보다 무서운 식민교육을 심어 놓았기 때문이다. 결국, 조선국민은 서로 이간질하며 노예적 삶을 살 것이다. 보라! 실로 조선은 위대했고 찬란했지만, 현재 조선은 결국 일본 식민교육의 노예로 전락했다. 그리고 나 아베 노부유키는 다시 돌아올 것이다." 친일파를 제대로 청산하지 않은 결과로 제2의, 제3의 아베 노부유키가 이 땅에 계속 존재하게 됐고 지금의 대한민국이 탄생했다. 과거엔 일본을 원망했지만 지금은 누구를 원망해야 하는 건지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