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오랜만에 읽은 하루키의 여행 에세이! 하루키 여행 에세이는 예전에 읽은 <먼북소리> 이후 처음 아닌가 싶다. <먼북소리>에선 로마와 이탈리아 이야기가 주였는데, 이 책에선 그리스 아토스와 터키 이야기가 주를 이룬다. 아토스는 그리스 정교의 성지로서 수많은 수도원에 수도승들이 사는 금녀의 땅이다. 남자라고 해도 일반 관광객의 무분별한 출입은 금지하고 있다고 한다. 여행기간은 3박 4일로 지정되어 있고 험난한 산길을 특별한 이동 수단 없이 내내 걸어야 하고 숙박과 식사는 수도원에서 제공한다지만 수도원마다 재정상태가 다르고, 여행자들을 담당하는 수도승이 다르다 보니 여행은 그야말로 고난과 인내의 연속이다. 하루키도 어느 정도 고생할 것을 예상하고 갔겠지만, 예상보다 더 힘들다는 느낌이 글에서 그대로 전해진다. 특히, 터키에서 양고기 때문에 괴로워하는 부분을 읽으면서 어찌나 안타깝던지. 고기도 별로 안 좋아하는데 이상한 냄새까지 동반한 양고기밖에 없는 식사라니…. 생각만 해도 식욕이 떨어진다. 차라리 맨밥에 물 말아 먹겠어요. 하루키가 말하길 터키처럼 한국 식당에서도 독특한 냄새가 난다는데 정말 그런가? 나야 한식을 세상에서 가장 좋아하는 토종 한국인이니 잘 못 느끼지만 확실히 외국인들에겐 강한 냄새가 나나 보다. 하긴 나도 전에 일본에 갈 때마다 일본 음식 특유의 냄새를 느꼈으니 익숙하지 않은 나라의 익숙하지 않은 음식 앞에선 모두 예민해지는 게 당연하긴 하다. 여행 갈 때마다 음식이 안 맞는 것도 엄청난 고생이지 싶다. 따지고 보면 여행도 다 먹고 살자고 하는 짓인데 말이지.

이번에도 즐거운 하루키 에세이였다. 앞으로도 에세이를 부탁해요~ 하루키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