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혼'이 아닌 '비혼'을 당당히 주장하는 이들의 스물여덟 가지 각기 다른 삶의 이야기. 각기 다른 환경, 각기 다른 직업, 각기 다른 성별인 그들을 묶어주는 단 하나의 공통점은 비혼을 원하며 그 원하는 바를 이루기 위해 오늘도 어디선가 열심히 살아가고 있다는 것이다. 뼛속 저 깊은 곳까지 유교 사상이 뿌리내려있는 대한민국에서 나이가 찼음에도 결혼을 하지 않는다는 건 부모에겐 불효인 동시에 타인에겐 어딘가 이상이 있는 사람으로 취급받기 딱 좋은 대상이다. 결혼=선택이지 결혼=필수, 결혼=행복, 결혼=어른, 결혼=효자&효녀가 아니지 않은가. 이렇게 생각하는 내 머리가 이상한 걸까? 난 해도 후회, 안 해도 후회라면 안 하는 게 훨씬 더 현명한 길이라고 생각한다. 후회와 고생은 안 할수록 좋은 거다.

나는 딱히 비혼을 주장하는 사람은 아니다. 지금이라도 내 기준에 맞는 제대로 된 상대가 나타난다면 결혼을 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 기준에 맞는 사람을 찾는 것도 힘들고, 찾았다 해도 내가 그 사람을 좋아하고 그 사람도 나를 좋아해서 결혼에 골인한다는 건 거의 기적과도 같은 일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나에게 결혼은 오늘도 먼 나라 이야기일 뿐이다. 더군다나 우리나라에서의 결혼은 사랑하는 남녀의 결합이 아닌 집안과 집안의 결합이 되어버리는지라 더욱더 부담스럽다. 나는 무엇보다 결혼을 위한 결혼은 하고 싶지 않다. 내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건 나의 '행복'이지 결혼의 유, 무가 아니니까…. 솔직히 말해서 난 돈 잘 버는 골드미스도 아니고 집에 돈이 많은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능력이 뛰어난 것도 아니지만, 주변에 민폐 끼치지 않고 내 한 몸 건사하며 살 자신은 있기 때문에 하고 싶지 않은 결혼을 떠밀려서 할 생각은 없다.

결혼을 '필수'가 아닌 '선택'으로 생각하며 나와 다른 선택을 한 사람도 포용할 수 있는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다. 결혼 안 하면 큰일 나는 줄 아는 한국 사회에선 어려운 일이겠지만…. 내가 앞으로 결혼, 미혼, 비혼 중 어느 길을 걷게 될지 아직은 확실히 알 수 없지만, 그 길 앞에 놓인 남겨진 내 삶이 그저 평온하기만을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