퀴즈쇼 - 김영하

2012. 3. 31. 20:45



김영하 작가와의 다섯 번째 만남 <퀴즈쇼> 440장 빼곡히 적힌 주인공 '이민수'의 청춘은 혼란과 좌절, 사랑과 불안이 가득한 감정의 소용돌이였다. 아름다운 것에는 독이 있다는 말처럼, 아름다운 우리들의 청춘에도 독이 있었다.

입시 준비다 뭐다 모든 것을 20대 이후로 미뤄 놓은 대한민국 청춘들의 20대는 유독 불안하다. 대학에 가면, 스무 살이 되면 모든 것이 해결될 것 같았지만 내가 풀어야 할 문제는 더 복잡해지고 커졌을 뿐이다. 그 커다란 문제의 벽 앞에서 담담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고 모든 것을 이겨내고 그 벽을 넘어선들 그 앞에 또 다른 벽이 없으리라는 보장도 없다. 그야말로 산 넘어 산, 엿 같은 인생의 법칙이다. 금수저를 물고 태어나지도 못했고 로또에 당첨될 만한 운도 없고 특별한 재능과 능력도 없는 그저 평범하기만 한 이 시대의 많은 '이민수'들에겐 더욱 혼란스러운 이십대다. 아름답고 독기 가득한 청춘이다.

주인공만큼은 아니지만 혼란스러웠던 내 지난 이십대와 여전히 불안하기만 한 지금의 나를 떠올리게 하는 소설이었다. 이 책을 좋다고 말하는 독자들이 많던데 나한텐 조금 부족한 느낌이었다. 확 와 닿는 게 없었달까. 지금까지 읽었던 김영하 작가 소설 중에선 <빛의 제국>이 가장 인상 깊고 좋았다. 그래도 김영하 작가의 글은 어떤 작품을 읽어도 읽는 재미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