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712장에 여백 없이 빼곡하게 채워진 글자. 검은 것은 글자요, 흰 것은 종이일 텐데 검은색의 비율이 압도적으로 높은 책이었다. 사실 이런 책은 활자 중독에 두꺼운 책을 좋아하는 나조차도 읽기 전부터 겁이 난다. 열린책들 출판사 관계자 여러분 혹시 보고 계십니까? 장수를 줄여보고자 여백을 줄이신 거겠지만 그래도 여백이 어느 정도 있는 책이 눈도 덜 피로하고 심리적으로도 안정돼서 읽기 편하니까 이런 부분도 고려해서 책을 만들어주셨음 좋겠어요. 쓸데없이 권수를 늘리는 책에도 불만이 있고 여백이 없는 책에도 불만이 있고 난 진상 독자인 것인가.

책이 무거워서 집에서만 읽느라 읽는데 더 오래 걸렸다. 책의 제목인 <핑거스미스>는 빅토리아시대에 도둑을 뜻했던 은어라고 한다. 1부가 끝나기 전까지의 이야기는 굉장히 지루해서 읽기 힘들었다. 수와 젠틀먼이 부잣집 순진한 손녀 모드를 속이는 이야기는 그다지 흥미롭지 않았지만 1부 마지막에 나오는 반전 때문에 그나마 그 후의 이야기를 그럭저럭 읽어 내려갈 수 있었다. 이 책 읽으면서 내용이 마치 우리나라 막장 드라마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돈, 사랑, 음모, 출생의 비밀까지 갖추었으니 막장 드라마 스토리로 손색이 없다. 단, 우리나라 드라마에선 용납 안 되는 소재가 하나 나오긴 하는데 그 부분이야 각색하면 되는 거고~ 이미 영국에선 드라마로 방송했다는데 우리나라에서도 드라마로 방송하면 시청률 잘 나올 것 같다. 음.. 결론적으로 말하면 이 책은 내 취향의 글은 아니었다. 기대했던 책이었는데 조금 아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