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는 모른다 - 정이현

2012. 2. 14. 21:05



어머니는 화교 출신이며 아버지는 재혼이다. 아버지 쪽엔 스물네 살의 딸과 스무 살의 아들이 있고 새어머니와 아버지 사이에 생긴 열한 살 어린 딸 '유지'가 있다. 큰딸은 따로 방을 얻어 살고 있으며 나머지 네 식구는 같은 집에서 살고 있지만, 몸만 같은 지붕 아래 두고 있을 뿐 대화는 단절되어 있고 서로 마음의 빗장을 걸어 잠그고 다른 생각을 하며 살아간다. 삐걱거리지만 나름의 규칙 안에서 살아가던 가족에게 어느 날 그들의 딸과 동생 '유지'가 사라지는 사건이 발생한다.

유지의 실종은 남겨진 가족들에게 많은 변화를 불러일으킨다. 제대로 보이지 않아 답답하기만 했던 가족들의 진짜 마음이 유지의 실종으로 인해 한 겹씩 보일 때마다 답답함은 오히려 더 늘어만 갔다. 그 누구보다 가까운 가족이기에 오히려 서로에 대해 어느 정도는 모르는 게 약일 수 있다는 생각도 들었다. 무엇이든 과한 건 모자람만 못하다. 인간관계에서도 과해서 넘치는 쪽보단 조금 모자라는 쪽이 행복하다고 생각한다. 삶에 있어 가장 중요한 두 가지는 적절한 '때'와 '균형'인 것 같다. 적절히 타이밍을 맞출 줄 알고 어느 한 쪽으로 치우치지 않고 적절히 균형을 맞출 줄 안다면 삶은 좀 더 편해진다. 하지만 적절한 시기와 균형을 맞추며 사는 일은 정말 어려워서 매일매일 후회를 반복하게 되는 것 같다.

열 길 물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른다는 말이 있다. 나부터도 내 마음 하나 추스르며 살기도 벅차서 다른 사람의 마음마저 신경 쓸 겨를도 없고 더 정확히 말하자면 신경 쓰고 싶지 않다. 하지만 사회 생활하면서 타인에게 신경 쓰지 않으며 살기는 불가능하기에 그 때문에 받는 스트레스는 필연적이다.

<너는 모른다>라는 제목에 함축된 의미가 여러 생각을 하게 만드는 소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