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마다 다른 이유로 기생집 '부용각'에서 살아가는 김사장, 타박네, 미스 민, 박기사, 오마담의 이야기. 동명 드라마의 원작 소설이라는데 드라마는 안 봐서 모르겠고 소설은 마음에 든다. 부엌어멈 타박네의 걸걸한 사투리도 좋았고, 생소한 기생의 삶을 글로 나마 만날 수 있어서 좋았다. 김사장만 제외하면 다들 어찌나 삶이 기구하고 안타깝던지. 자기 속으로 낳은 아들을 끝까지 지킬 수 없었던 타박네도 부용각의 마지막 춤기생 미스 민도 우연히 부용각에 발을 들였다 오마담에게 마음을 빼앗겨 버린 박기사도 젊은 시절엔 그 누구도 함부로 할 수 없는 최고의 기생이었지만 흐르는 세월과 술 때문에 소리도 잃고 미모도 잃어버린 오마담도 저마다 이유는 다르지만, 그들은 기생집 부용각에 살고 있다.

박기사가 매일 아침 오마담의 꽃살무늬 방문 앞 마루에 조용히 놓아두고 가는 꿀물 대접. 매일 같은 자리에 놓이는 꿀물 대접 때문에 대접 밑 동그란 테의 자국이 인두로 지진 것처럼 마루에 선명하게 찍혀있다. 이 년마다 한 번씩 마루를 보수하고 수시로 초칠을 하고 걸레질을 해도 지워지지 않는 대접 자국. 그 지워지지 않는 자국이 박기사와 오마담 두 사람의 마음 같다는 생각을 했다. 결코, 서로에게 손 내밀 수도 없지만, 결코 서로에게 지워질 수도 없는 사람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