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 책을 뒤지다가 1,500원에 샀다. 2001년에 나온 책이라 착한 가격. 내가 스노우캣을 알게 된 게 언제였을까? 분명하게 기억에 남아 있진 않지만 지금도 꾸준히 들락거리며 일기를 훔쳐 보고, 나옹을 훔쳐 보고, 사진도 훔쳐 보고 있다. 스노우캣도 혼자 놀기를 좋아하지만 아마 나처럼 혼자 놀기를 좋아하고 혼자 노는 것이 체질에 맞는 사람도 드물 것이다. 나는 사교성 제로의 인간으로서 친구라고 부를 수 있는 사람을 손으로 꼽아보자면 한 손으로도 충분히 가능하다. 그중에서도 자주 연락하는 건 단 한 명일 정도이니 나란 인간에게 인간관계라는 단어 자체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 애초에 내가 아닌 타인에겐 관심이 없는 타입인데다가 타고난 것인지 환경적인 것인지 확실치는 않지만, 사람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타입이기도 하다. 사람과 사람의 관계도 주는 게 있어야 오는 게 있는 건데 나처럼 먼저 상대방에게 손 내밀 줄도 모르고 냉정하고 사교성 없는 사람과 인간적으로 친해지고 싶은 사람이 있다면 그게 더 신기한 일이다. 하지만 그 좁디좁은 인간관계가 전혀 아쉽지 않으니 나는 평생 혼자 놀아야 할 팔자인가 보다. 굳이 스트레스받아가며 인간관계를 넓히고 싶은 마음은 전혀 없을뿐더러 무엇보다 혼자 노는 것이 좋다. 혼자서도 얼마나 할 것들이 많은데! 시간이 없어서 못 하고 있는데! 대신 나이 들어서도 혼자 놀려면 능력과 재력이 있어야 하는데 나는 둘 다 없으니 큰일이다 싶다. 열심히 벌어 모아서 나중에 더 나이 들어서도 우아하게 혼자 놀 수 있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