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가니 - 공지영

2011. 11. 30. 21:35



이 책은 읽고 나면 너무 마음이 아플 것 같아서 읽기 망설여졌던 책이다. 결제하기 직전까지도 살까 말까 망설였던 책. 광주 인화학교 장애 아동 인권 유린 실화를 소설로 재탄생시킨 작품인데 한장 한장 책장이 넘어 갈 때마다 분노와 아픔이 내 안에 겹겹이 쌓여 숨이 막히는 느낌이었다.

힘 있고 백 있는 인간 이하의 인간들에게 힘없고 죄 없는 어린아이들이 철저히 짓밟히는 것을 보면서 내가 '인간'이라는 것이, 인간 이하의 그들과 같은 '어른'이라는 것이 혐오스러워졌다. 힘 있는 죄지은 자들은 떵떵거리며 살고, 힘없는 죄짓지 않은 자들은 웅크리고 살아야 하는 이 세상에 신은 없다. 만약, 신이 존재한다 하더라도 아무것도 하지 않고 지켜보기만 하는 신은 신이 아니다.

내용을 떠나 소설로서의 <도가니>만 놓고 보자면 내가 지금껏 읽은 공지영 작가님 책 중에서 가장 좋았다. 공지영 작가는 문체를 좋아하지 않아서 일부러 피하는 작가 중의 한 명이었는데 이 책은 괜찮았다. 읽다 보면 묘하게 나와 맞지 않아서 그다음부터는 피하게 되는 작가들이 있는데 내 경우엔 공지영과 에쿠니 가오리가 대표적이다. 물론 이번처럼 괜찮은 작품을 건질 때도 있지만 대체로 나와 맞지 않는 경우가 더 많다. 모든 영양소를 골고루 섭취해야 몸이 건강해지듯이 책도 골고루 읽어야 할 텐데 나는 편식이 심해서 큰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