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받자마자 '미남책'으로 선정했을 정도로 겉모습은 더 없이 마음에 드는 책이었으나 내용은 퇴근길 꽉 막힌 도로 위의 정체처럼 한없이 지루했다. 내 취향과 맞아떨어지는 하루키의 글은 소소한 일상을 담은 수필에 한정되어 있음을 다시금 깨닫게 해준 책이다. 잡문집이라는 제목 그대로 온갖 주제의 잡다한 글이 실려 있고 일러스트레이터들이 말하는 무라카미 하루키에 대한 대담으로 마지막을 장식한다. 공감할 수 없는 내용도 내용이지만 이 책을 더 지루하게 만들었던 이유 중의 하나가 본문 중 가로 안에 들어 있는 글이 너무 많았다는 점과 - 정확한 명칭은 모르겠으나 이런 식으로 내용에 덧붙이는 - 글이 많아서 읽다 보면 내용이 한눈에 안 들어오고 뚝뚝 끊어져서 집중이 어려웠다는 점이다. 다른 하루키 책에선 잘 못 느꼈는데 이 책은 유난히 일본어 번역체도 거슬려서 나를 힘들게 했다. 원래 신작과 베스트셀러는 고민에 고민을 거듭해서 사는 편인데 이번에 그걸 어기고 충동적으로 샀더니만 겉모습만 예쁜 책 한 권을 책장에 추가한 결과밖엔 안 됐다. 그래도 3,000원의 이벤트 적립금과 하루키 글은 수필이 아니면 사지 말자는 교훈을 얻었으니 손해만 보는 장사는 아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