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가는 제주도는 자연 그대로의 자연이 얼마나 아름답고 소중한 것인지를 느끼게 해주었다. 고개만 돌리면 보이는 파란 하늘과 하얀 구름, 수평선 아래 끝없이 펼쳐진 바다, 비릿한 바다 향기, 온몸을 휘감고 지나가는 바람, 사람보다 많은 돌, 나무와 풀과 꽃, 파도 소리, 새 소리, 바람 소리, 풀벌레 소리... 이번엔 박물관이나 테마파크 쪽도 많이 갔는데 다음에 가게 되면 자연을 더 가깝게 느낄 수 있는 올레 길을 걸어보고 싶다. 3박 4일 여행 중에 가장 좋았던 장소는 단연 우도! 아침 8시 배를 타고 우도에 들어가서 골프카를 빌려 섬을 쭉 둘러봤는데 정말 감탄밖에 안 나올 정도로 좋았다. 이른 시간이라 관광객도 없어서 마치 우도를 전세 낸 듯한 기분이었다. 우도를 아침 일찍 간 건 이번 여행에서 가장 잘한 일로 남았다.

김포에서 제주 출발 항공 시간이 티웨이 9시 30분이었는데 일찍 버스를 탔음에도 평일 출근길 정체 때문에 나도 그렇고 일행도 그렇고 비행기 출발 시각에 공항에 도착하는 불상사 발생했었다. 불행 중 다행으로 비행기가 한 시간 반이나 연착돼서 놓치지 않고 타기는 했는데 비행기를 놓칠지도 모른다는 그 심리적 불안감에 출발 전부터 스트레스의 압박이었다. 게다가 이미 늦어서 불안해하고 있는 고객한테 티웨이쪽에선 늦었다고 원래는 안 되는 건데 연착돼서 수속해주는거라고 다음부터 그러지 말라고 어찌나 잔소리를 늘어놓던지... 이미 늦은걸 잔소리한다고 빨라지나? 다시는 티웨이 항공 이용할 생각 없으니 걱정하지 마시게나. 시간이 없었던 건지 통로 연결도 안 해놔서 비 오는 와중에 버스 타고 비행기까지 가서 탑승. 제주도에 도착하니 비는 계속 오고 렌터카 찾아야 하는데 보스한테 계속 전화는 오고... 매번 휴가 때마다 느끼지만 일 년에 휴가 두 번 가면 아주 큰 일 날 것 같다. 티웨이 항공의 첫인상은 최악이었으나 돌아오는 비행기 안에서 훈남 승무원을 발견해서 안구 호강하면서 왔다. 구명복 사용법 시범 보이면서 살짝 웃는데 귀여워~ 귀여워~ >.< 스토커처럼 이름을 기억해 뒀다가 검색해봤는데 인터넷에 사진까지 뜨네?! 근데, 사진보다 실물이 훨씬 낫다. 하지만 반지를 끼고 있던 것으로 보아 그는 이미 품절남. 훈남 조기품절의 법칙은 깨지질 않는구나.

나는 생활 환경 변화에 적응하는데 시간이 오래 걸리는 타입이라 단기 여행을 가면 몸이 굉장히 피곤해진다. 국내 여행이라 음식은 상관없었지만 잠자리가 바뀌면 잠을 못 자는지라 굉장히 피곤했다. 어릴 때부터 지금까지 집이 아닌 다른 장소에서 푹 자본 적이 단 한 번도 없다면 어느 정도인지 짐작이 가지 않는가. 그래서 머리만 닿으면 숙면을 취하는 사람들이 정말 부럽다. 게다가 이번엔 생전 걸리지도 않는 감기를 여행 중에 걸려서 더 힘들었다. 하지만 집에 오니 거짓말처럼 잠도 잘 오고 편하고 천국이 따로 없네~! 역시 난 집순이가 체질에 맞나 보다.

풍경과 식물 사진 찍는 걸 좋아해서 이번에도 사진은 풍경, 식물 위주로 찍어왔다. 개인적으로 피사체로서 가장 별로인 대상은 사람이라서 (어린아이는 제외) 인물 사진은 거의 안 찍어온다. 그래서 내 사진은 이번에도 없다. 줌도 안되는 단렌즈로 열심히 1800 여장을 찍어오긴 했으나 내공 부족인 관계로 건질만한 건 거의 없다. 그중에서 괜찮은 놈으로 골라서 올려야 하는데 어렵네... 이제부턴 여행 일정 순으로 사진을 올리는 게 아니라 마음 내키는 대로 사진을 올릴 생각이다.

3박 4일 여행 일정(이라 쓰고 극기 훈련이라 읽는다)을 보시려면 아래를 클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