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진 - 신경숙

2011. 10. 4. 20:32



<바이올렛> 이후 6년 만에 출간 된 신경숙 작가의 장편소설 <리진>. 예전부터 읽고 싶었는데 미치도록 읽고 싶은 정도는 아니어서 미뤄뒀다가 드디어 읽게 됐다. 제목의 뜻이 무엇일까 궁금했었는데 소설 속에서 궁중 무희로 나오는 주인공 이름이었다. 다른 소리지만 리진이라는 이름 정말 마음에 든다. 내 이름은 평범하고 흔하지만, 성은 뒤에 뭘 붙여도 예쁜 편인데 리진을 붙여보니 정말 예쁘다. (소설 속에선 성이 이고 이름이 진이긴 하지만) 딸 이름으로 좋을 것 같은데 난 결혼 생각이 없으니 나중에 고양이 키우게 되면 이름을 리진이라고 붙여볼까? ^^

소설 이야기로 다시 돌아와서 궁중 무희 리진의 일대기를 보여주는 소설인데 리진의 마음에 공감할 수 없는 부분이 많았다. 어릴때 부모를 잃었지만, 친어머니처럼 길러준 서씨도 있고 자신의 목숨보다 아껴주는 강연도 있고 자신을 사랑해주는 연인 콜랭도 있고 마음을 터 놓을 수 있는 친구 소아도 있고 타고난 미모와 영특함에 궁중 제일의 무희가 될 정도의 재능도 가지고 있는데…. 내가 보기엔 차고 넘칠 정도로 가진게 많고 충분히 행복한 사람이었는데 무엇이 리진을 그렇게 힘들고 우울하게 만들었는지 모르겠다. 리진의 감정에 빠져들지 못하고 내내 겉돌다 끝나버린 소설이었다.

<바이올렛>도 별로 였던 걸로 기억하는데 솔직히 이 작품도 조금 실망이었다. 워낙 기대치가 높은 작가인 탓도 있지만, 초기의 작품과 지금의 작품의 느낌이 많이 다른 것 또한 사실이다. <깊은 슬픔>을 읽을 땐 책 속으로 깊이 빠져들어 헤어나오기도 힘들었고, 다 읽고 나서도 후유증이 오래갔었는데 그녀의 소설에서 점점 이런 느낌이 사라져가고 있다. 난 작가의 색이 진하게 묻어나는 글을 좋아하는데 신경숙 작가님은 그 색이 점점 흐려지는 것 같아서 아쉽다. 초기작인 <외딴방>은 소장하고는 있는데 읽은 것인지 아닌 것인지 기억이 나질 않아서 조만간 다시 읽어보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