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의 밤 - 정유정

2011. 9. 23. 22:02


정유정 작가님 책은 <내 심장을 쏴라>에 이어 두 번째다. 이번 <7년의 밤>은 추리 요소가 더 해져서 추리 소설을 사랑하는 나는 아주 재밌게 읽었다. 범죄와 추리라는 요소와 등장인물들에 대한 탁월한 심리 묘사 때문인지 전반부를 읽을 땐 미미여사와 비슷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특히, 오영제라는 인물에 대한 심리 묘사는 소름이 돋을 만큼 실제적이어서 공포감을 느낄 정도 였다. 이 오영제라는 인물이 실제한다면 그것만큼 무서운게 없겠지만, 소설이라는 허구 속에 사는 인물이라는 가정하에서 보면 매력적인 캐릭터였다. 이 작품도 영화화된다던데 영화가 흥행하려면 오영제 역을 맡을 배우 캐스팅에 심혈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이 악랄하기 그지없는 오영제 때문인지 많은 사람을 죽음으로 내몬 최현수에 대해서는 오히려 연민의 마음으로 보게 된다. 하지만 살인자는 살인자일 뿐이다. 죄는 미워하되 사람은 미워하지 말란 말이 있는데 정말 말도 안 되는 말 아닌가 싶다. 가장 불쌍한 건 아무 죄 없이 죽은 사람들과 살인범의 아들이라는 이유만으로 죽음에 내몰리는 서원일 것이다. 전체적으로 만족스러운 작품이었는데 무언가 빠진듯한 허전한 결말이 조금 아쉬웠다.

이 소설은 세령 마을이라는 가상 마을이 배경인데 책 맨 앞쪽에 마을 지도가 있으니 참고 해서 읽으면 마을 모습을 상상하는 데 도움이 될 것 같다. 나는 책을 다 읽고 나서 마지막에 작가의 말을 읽다가 지도의 존재를 알아버린지라 지도는 아무 쓸모가 없었다. 개인적으로 <내 심장을 쏴라> 보다는 <7년의 밤>이 훨씬 좋았는데, 앞으로 이런 추리 요소가 들어간 소설도 많이 써주셨으면 좋겠다. 올해 들어 국내 작가들 위주로 책을 읽고 있는데 좋은 작가들을 많이 알게 돼서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