빙점 - 미우라 아야코

2011. 8. 29. 22:15



물이 어는 온도는 0℃, 그렇다면 사람 마음이 어는 온도는 몇 도일까?

익숙한 제목이었는데 일본 작가의 작품인 줄은 몰랐다. 내가 느낀 이 작품의 가장 큰 매력은 등장인물들의 심리 변화가 아주 세세하게 묘사되어 있어서 그들의 감정에 쉽게 몰입하게 된다는 점이었다. 598쪽으로 만만치 않은 분량인데도 술술 잘 읽힌다. 열 길 물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른다는 속담이 있듯이 사람 속은 정말 알기 어렵다. 내 속도 알기 어려운데 남에 속은 더 알기 어렵고 그래서 오해하기도 쉬운 거 아닐까…. 더군다나 이 소설의 등장인물들처럼 서로 대화가 단절되어 있다면 오해의 골은 더 깊을수 밖에 없다. 분명히 처음엔 작은 오해였지만 그 오해가 쌓이고 쌓여서 얼마나 큰 비극을 낳는지를 바로 보여주는 소설이었다. 처음 게이조의 마음에 의심의 싹이 텄을 때 그가 나쓰에를 추궁하며 싸웠다면 요코의 인생은 달라졌을 것이다. 태어나면서부터 누굴 원망하고 미워할 줄도 모르며 매사에 긍정적이기만 했던 요코의 마음이 서서히 식어가다가 출생의 비밀을 알았을 때 그녀의 마음은 빙점에 도달해버렸다. 그리고 깨져버렸다. 아리송하게 끝낸다 싶었는데 속편도 있었다. 하지만 등장인물들의 감정싸움에 지쳐버려서 속편을 읽을 생각은 안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