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간이 - 미야베 미유키

2011. 7. 27. 21:08



처음엔 단편 소설을 묶은 소설집인 줄 알았는데 읽다 보니 모두 한가지 사건으로 이어진다. 내가 미미여사의 치밀함을 잠시 잊었었나 보다. 이 책에서 새로운 콤비가 등장하는데 번거로운 일 귀찮은 일 싫어하는 무사 헤이시로와 그의 양자로 예약이 되어 있는 조카 유미노스케 콤비다. 귀찮은 일 싫어하고 빈둥거리는 거 좋아하고 먹는 거 좋아하는 헤이시로 보고 있으면 마치 나를 보는 것 같아서 친근한 느낌이 들었다. 반면, 미소년 유미노스케는 무엇이든 길이를 재는 버릇이 있는 아이인데 (요즘 말로 하면 측량 오타쿠 정도 되려나?) 요 녀석이 물건이다. 나이에 비해 조숙하고 말투도 어른스럽고 총명하고 속도 깊다. 어쩔 때 보면 헤이시로보다 어른스러워 보이는데 또 잘 들여다보면 아직은 어린아이구나 싶은 면도 있어서 그 점이 또 귀엽다.

개인적으로 오하쓰+우쿄노스케 콤비 쪽 보다는 헤이시로+유미노스케 콤비 쪽이 더 마음에 든다. 귀차니스트 헤이시로에게 동질감을 느끼는데다가 귀여운 미소년 유미노스케에 귀로 들은 이야기는 바로 머릿속에 저장되는 에도 버전 인간 컴퓨터 짱구까지 있으니 나로서는 헤이시로+유미노스케 콤비에게 더 정이 갈 수밖에 없다.

책 읽다가 문득 미미여사 시대물은 드라마나 애니메이션으로 만들면 재밌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드라마는 표현의 제약이 있으니 애니로 만들면 좋을 거 같은데…. 미미여사 시대물에 나오는 등장인물들은 하나같이 사랑스럽고 귀엽고 재밌고 정감 있어서 내용 잘 다듬고 작화만 어느 정도 예쁘게 나오면 애니로 나와도 재밌을 것 같다. <나츠메 우인장>과 <충사>를 적당히 섞어 놓은 듯한 느낌이었으면 좋겠는데 너무 어렵나? 그냥 소설 속에서만 살게 놔두기엔 매력적인 인물들이 많아서 아쉽다. 만약 애니로 만들어진다면 <외딴집>, <메롱>, <얼간이>를 추천하고 싶다. 외딴집은 가가님하고 호가 정말 좋고 ㅠ.ㅠ 메롱은 귀신들하고 귀여운 오린! 얼간이는 미소년 유미노스케의 미모가 궁금하니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