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는 예전에 감명 깊게 봤었다. 심각하고 우울한 걸 잘 보는 나조차도 보기 힘들었던 드라마였다. 다시 보는 게 두려울 만큼 우울해서 가끔 완전히 우울의 늪으로 가라앉고 싶을 때 꺼내보는 드라마로 남아 있다. 원작 소설은 예전부터 읽고 싶었는데 절판 상태여서 못 구하다가 다시 출간됐다는 소식을 듣고 작년인가 사뒀었다. 상, 하권 두꺼운 양장본으로 1,600여 페이지에 육박하는 분량이 거짓말처럼 금세 읽혔다. 이미 내용을 알아서 그런 것인지, 영상이 아닌 글이라서 그런 것인지 드라마로 봤을 때 만큼 심하게 우울하거나 읽기 힘들지는 않았다.

할 말은 많은 책인데 여러 가지 감정이 실타래처럼 엉킨 상태라 어디서부터 풀어나가야 할지 모르겠다. 그냥 대충 생각나는 대로 쓰련다. 모울, 지라프, 루핀…. 아프고도 아픈 이름들…. 사람에게 상처를 주는 것도 사람이고, 그 상처를 치유할 수 있는 것도 사람…. 지라프나 루핀에 비해서 모울이 더 안쓰럽게 느껴졌던 건 그의 상처를 치유해 줄 상대가 없었기 때문인가 보다. 치매에 걸려 자식도 알아보지 못하는 어머니에게 그가 무엇을 바랄 수 있었을까…. 그래도 그렇게 극단적인 선택을 하기보단 유키와 함께 서로의 상처를 보듬어주며 살았으면 좋았을 거란 생각이 든다. 하긴 생각해보니 모울에겐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그럴만한 여유가 없긴 했다. 그에겐 살아 있는 것이 죽는 것 아니었을까….

드라마와 책 어느 쪽이 더 좋으냐고 묻는다면 둘 다 좋다고 답하련다. 책도 훌륭하고, 원작에 충실하게 만들어진 드라마도 훌륭하다. 드라마는 무엇보다 캐스팅의 승리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배우를 잘 골랐다. 어쩜 그리 연기 잘하는 배우를 캐스팅 한 것인지 감탄스럽다. 개인적으로 킹의 비쥬얼이 가장 훌륭했던 작품으로 <케이조쿠> 와 <영원의 아이>를 꼽는 사람이기 때문에 <영원의 아이>는 좋아할 수밖에 없는 작품이다. 우리 킹 지금은 너무 늙어버려서 슬프고, 매번 조연인 것도 슬프다. 내가 처음으로 '사람이 저렇게 연기를 잘 할 수도 있구나!' 라고 감탄했던 배우라서 더 안타깝고 그렇다. 책리뷰인데 어째 킹 얘기만 한가득 적었네~^^